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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피어난 여성들의 연대 '밝은 밤' - 최은영 / 문학동네

더안 2024. 9. 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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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 최은영 - 문학동네 

밝은 밤

 
밝은 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와 서정적이며 사려 깊은 문장,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한 뜨거운 문제의식으로 등단 이후 줄곧 폭넓은 독자의 지지와 문학적 조명을 두루 받고 있는 작가 최은영의 첫 장편소설. ‘문화계 프로가 뽑은 차세대 주목할 작가’(동아일보) ‘2016, 2018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교보문고 주관) ‘독자들이 뽑은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예스24) 등 차세대 한국소설을 이끌 작가를 논할 때면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선명히 떠오르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던 최은영 작가는 2019년, 예정돼 있던 소설 작업을 중단한 채 한차례 숨을 고르며 멈춰 선다. 의욕적으로 소설 작업에 매진하던 작가가 가져야 했던 그 공백은 “다시 쓰는 사람의 세계로 초대받”(‘작가의 말’에서)기까지 보낸 시간이자 소설 속 인물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밝은 밤』은 그런 작가가 2020년 봄부터 겨울까지 꼬박 일 년 동안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작품을 공들여 다듬은 끝에 선보이는 첫 장편소설로, 「쇼코의 미소」 「한지와 영주」 「모래로 지은 집」 등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편소설에서 특히 강점을 보여온 작가의 특장이 한껏 발휘된 작품이다.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가 출간된 2016년의 한 인터뷰에서 장편 계획을 묻는 질문에 작가는 “엄마나 할머니, 아주 옛날에 이 땅에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라고 말했던바, 『밝은 밤』은 작가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증조모-할머니-엄마-나’로 이어지는 4대의 삶을 비추며 자연스럽게 백 년의 시간을 관통한다. 증조모에게서 시작되어 ‘나’에게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나’에게서 출발해 증조모로 향하며 쓰이는 이야기가 서로를 넘나들며 서서히 그 간격을 메워갈 때, 우리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건 서로를 살리고 살아내는 숨이 연쇄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이야기 자체가 가진 본연의 힘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은은하며 강인한 존재감으로 서서히 주위를 밝게 감싸는 최은영의 소설이 지금 우리에게 도착했다.
저자
최은영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1.07.27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피어난 여성들의 연대

 

 

 

 

전자도서관을 통해 읽게 된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이 소설은 2021년에 출간된 장편으로, 최은영 작가는 [쇼코의 미소], [애쓰지 않아도], [내게 무해한 사람] 등을 집필한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죠.

 

요즘은 책을 읽고 나서도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이렇게 기록을 남겨두는 습관을 들이고 있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소설 *'밝은 밤'*의 내용과 제 생각을 함께 적어보았습니다.

 

 

엄마의 엄마의 엄마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

‘밝은 밤'*은 현재 시점에서 시작되지만, 일제강점기까지 연결되는 서사를 통해 한국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과 그 시대 사람들의 고통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화자인 '지연'은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겪고,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외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희령]이라는 마을로 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희령에서 지연은 할머니와의 재회뿐 아니라, 자신의 증조모가 겪었던 고통스러운 과거와도 마주하게 됩니다. 증조모의 사연을 통해 독자는 한국 현대사 속에서 여성들이 겪었던 아픔과 그 속에서도 이어져 온 가족의 힘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일제강점기의 냉혹한 시대를 산던 여자 '삼천'

지연의 증조모 '삼천'은 조선시대 백정의 딸로 태어나, 그 당시 사회적 신분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통과 서러움을 경험하며 자랐습니다. 백정의 딸로 살아가는 삶은 매우 힘들었을 테지만, 조선이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며 신분 차이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의 만행 또한 이 시기에 더해졌죠.

삼천은 고향을 떠나 한 남자를 따라가게 되는데, 이 남자가 바로 그녀의 남편이자 지연의 증조부가 됩니다. 이 남편 덕분에 삼천은 일제의 정신대로 끌려가지 않게 되었고, 그녀는 평생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품고 살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밝은 밤'은 역사 속에서 억압받고 힘든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인생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그들이 견뎌낸 고난과 그 안에서의 작은 희망을 보여줍니다.

 

 

격변의 시기를 산 여자 '영옥'

삼천의 딸이자 지연의 할머니인 '영옥'은 어린 시절에 한국전쟁을 겪습니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영옥의 가족은 피난을 떠나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죠. 이 시절은 모든 사람들에게 힘든 시간이었고, 영옥 또한 그 고난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영옥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지인인 새비네의 도움을 받으며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게 됩니다. 새비네는 영옥과 그 가족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고, 영옥은 이 도움을 통해 전쟁의 참화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죠. 이러한 이야기는 영옥이 힘든 시절에도 어떻게 생존해 나갔는지를 보여주며, 사람 간의 연대와 희생의 중요성을 드러냅니다.

 

 

모녀로 이어지는 서사

소설 밝은 밤에서 주인공 '지연'은 엄마 '미선'과 사이가 원만하지 않습니다. 지연이 이혼 후 힘든 시기를 보내는 동안에도 미선과의 관계는 여전히 냉랭한데, 미선 역시 자신의 엄마 '영옥'과 그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죠. 이처럼 모녀 간의 갈등과 거리감은 세대를 거쳐 이어지며, 각자 고유의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이러한 모녀 관계를 통해 한 여성의 삶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오는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비춥니다. 지연, 미선, 영옥이 살아온 시대적 배경은 각기 다르지만, 그 속에서 모녀들이 겪은 아픔과 상처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영옥, 산업화 시기를 살아낸 미선,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지연의 이야기는 모녀 간의 복잡한 감정과 세대 간의 이해 부족을 묘사하면서, 동시에 그들 각자의 삶 속에서 찾게 되는 화해와 이해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모녀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소설은 여성의 삶을 조망하며, 각 세대가 겪어온 고난과 상처, 그리고 그 속에서 찾는 가족의 의미와 여성의 자아 성찰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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