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0 / 마카롱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0
매년 나오는 고마운 단편집이 아닐 수 없다. 신인 작가들의 아이디어와 감각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책이다. 새로운 이야기나 아이디어를 찾아야 할 때 종종 이런 단편집을 찾아보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맘에 드는 건 단편이라 긴 시간을 들여 읽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2020년 단편수상집에 들어있는 소설들은 총 다섯 작품으로 <롸이 롸이>, <휴먼 콤플렉스 임상 사례>, <옹옹기이>, <구독하시겠습니까>, <페이스트리>인데 그중에 재밌게 읽었던 두 가지는 롸이 롸이와 옹옹기이에 대한 리뷰를 남겨본다.
롸이롸이
환경은 점점 안 좋아지고, 모두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는 세계관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이 사회에서 담배는 사회의 악으로 분류되면서 국민 모두에게 금지가 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흡연자들은 밀수된 담배를 어렵게 구해서 피기 시작한다. 주인공과 같은 대학교에 다니는 연지는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담배를 제공해 준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주인공 역시 연지와 친해지기 위해 연지가 속해있는 오컬트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다. 그러면서 주인공과 친구들은 연지의 고향에서 연리는 연례행사에 참여하면 담배를 무한 제공하겠다는 말에 연지의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연지의 고향은 마스크 없이도 살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고, 흡연은 숲에 있는 화장실 같이 작은 곳에서만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딘가 마을 사람들도 수상해 보이고, 롸이롸이라는 노래를 부르질 않나 친구 중에 하나 흡연실에 카메라를 숨겨두고, 그 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빙의라도 된 것처럼 몸이 뒤틀리기 시작하며 '롸이 롸이'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마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소설은 일본의 '쿠네쿠네'라는 귀신 전설로부터 만들어진 이야기 같다. 쿠네쿠네는 직접 검색해 보면 될 듯.... 이상한 마을에 끌려가서 겪게 되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곤지암'같은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으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많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이것은 금연 권장 소설이었나?
옹옹기이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과도 같은 책 '옹옹기이'를 찾기 위해 삶을 망쳐버린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보고 자란 형제는 우연히 옹옹기이를 찾게 되는데 하필 발견장소가 부산이라 서울까지 책을 안전하게 가져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사실 옹옹기이라는 책을 3대째 찾고 있는 이유는 책 뒤에 엄청난 화가의 그림이 그려있기 때문이었는데...
책을 들고 서울로 오는 길... 누군가가 주인공을 계속 따라오게 되고, 기차에서 몸싸움 끝에 책의 뒷면이 그만 숨을 거두고 만다. 그리고 주인공은 옹옹기이라는 허황된 꿈을 거두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할아버지는 유일하게 남은 자식인 아버지의 엿처럼 길쭉한 손을 꼭 붙잡으며 그 책을 찾으라는 유언을 남겼고, 할머니는 엿처럼 창백한 아버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 책을 잊고 살라는 유언을 남겼다."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의 책이라는 신선한 설정이 너무 좋았던 소설이고, 절약하는 엄마, 노력하는 형과 가족애가 보이는 부분들도 계속 읽어나가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러가 결국 헛된 꿈을 쫓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를 보여주며 삶을 다시 일궈나가는 모습에서 가족의 모습을 보며 주며 마무리되는 엔딩도 좋았다. 단막극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 긴장감이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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