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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무의식의 경계에 선 도시, 그 벽을 넘어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더안 2025. 1.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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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현실과 무의식의 경계에 선 도시, 그 벽을 넘어

 

 

아직도 '무라카미 하루카'라 하면 호기심이 동해 손에 잡게 되는 작가이긴 합니다. 어찌 보면 늘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 같으면서도, 또 새로운 느낌이 들게 만드는 작가거든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신작 역시 '아, 하루키니까 또 중년 남성이 자기 과거를 찾아 헤매겠지?'하고 살짝 예상을 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막상 책을 읽다 보면 특유의 몽환적이고 난해한 느낌을 저는 좋아한답니다. 물론 책의 분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아주 천천히~ 읽었습니다. 저는 교보문고 이북으로 구매해서 읽었고, 실물 책을 봤다면 도전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림자가 없는 세계

책의 줄거리는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크게 3부로 나눠집니다. 

 

1부에서는, 17세 소년과 16세 소녀가 만나게 되는데, 소녀는 “벽에 둘러싸인 도시” 이야기를 전해주고 연락이 끊겨버려요. 시간이 흘러 소년은 어느덧 중년의 남성이 되어 고독한 싱글로 살아가다가, 문득 예전에 소녀가 말해줬던 그 도시로 들어가게 되죠. 그곳은 ‘그림자가 없는’ 비밀의 도시였고, 주인공 또한 자신의 그림자를 벽 밖에 두고 들어오게 됩니다. 그는 “꿈을 읽는 도서관”에서 일하게 되면서 잃어버렸던 어릴 적 소녀와 재회하지만, 곧 자신의 그림자가 벽 문지기에게 붙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그림자를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끝에 마침내 그림자를 되찾게 되고, 그 순간 현실로 돌아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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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분명 잃어버렸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2부에서는, 현실로 돌아온 주인공이 작은 시골 마을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게 돼요. 그 도서관에는 주인공에게만 보이는 ‘유령 관장’인 고야스가 등장하고, 또 옐로서브마린 티셔츠를 입은 서번트 증후군 소년과도 만나게 됩니다. 주인공은 점차 소년과 가까워지지만, 어느 날 소년이 사라져 버리고 말아요. 결국 주인공은 다시 그 벽에 둘러싸인 도시로 돌아가 소년을 찾기 위해 움직이게 됩니다.

 

 

 

그 벽은 나를 가로막는 게 아니라, 우리가 숨으려 애쓰는 무엇인가

 

<스포 포함>

3부에서는, 벽에 둘러싸인 도시 안에서 주인공이 옐로서브마린 티셔츠 소년을 다시 만나게 되고, 둘은 이곳에서 함께 중요한 선택을 내리게 됩니다. 이 도시가 죽음의 세계인지 무의식의 세계인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결국 독자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긴 채 이야기의 막이 내려가죠.

 

 

현실과 무의식의 경계에 선 도시, 그 벽을 넘어

 

'도시와 불확실한 벽'은 하루카가 늘 덜지는 '현실과 꿈(혹은 무의식) 사이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좀 더 직접적으로 다루는 작품 같았습니다. 분명 친절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지루해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하실 거 같아요. 

 

 

기억하고 싶은 문구


- 어쨌거나 인생은 장기전이다. 그 길에 아무리 큰 슬픔이 있더라도, 상실과 정말이 기다리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 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 티없이 순수한 사람을 한번 맛본 사람은, 말하자면 마음의 일부가 뜨거운 빛에 노출된 셈입니다. 타버렸다고 봐도 되겠지요. 더욱이 그 사람이 어떤 이유로 도중에 뚝 끊겨버린 경우 라면요. 그런 사랑은 본인에게 둘도 없는 행복인 동시에, 어찌 보면 성가신 저주이기도 합니다.

 

-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시간이 머물러 있어도 계절은 순환한다. 우리가 보는 모던 것이 현재가 비춰내는 잠깐의 환영일지라도, 책장을 아무리 넘겨도 쪽 번호가 바뀌지 않을지라도, 그래도 하루하루 흘러가는 것이다. 

 

-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 거기 있던 게 결코 사람이 봐서는 안 되는 세계의 광경이었다는 걸세.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구나 자기 안에 품고 있는 세계이기도 하지. 내 안에도 있고, 자네 안에도 있어. 그럼에도 역시, 사람이 봐서는 안 되는 광경이라네. 그렇기에 우리는 태반이 눈을 감은 채로 인생을 보내는 셈이고.”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집필과 출간에 얽힌 이야기가 특별하다. 1979년 데뷔 이래, 하루키는 각종 문예지에 소설을 비롯한 다양한 글을 발표했고, 대부분 그 글들을 책으로 엮어 공식 출간했다. 그중 유일하게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아 팬들 사이에서도 오랜 미스터리로 남은 작품이 문예지 〈문학계〉에 발표했던 중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1980)이었다. 코로나19로 사람들 사이에 벽이 세워지기 시작한 2020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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