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 대하여 - 김혜진 작가 / 민음사
출판사 '민음사'에서 나오는 책들은 대체적으로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은 '믿고 보는 민음사'가 될 정도로 민음사의 책들 중에 재미없는 걸 찾아보기 힘들었답니다. 제가 요즘 모녀에 관한 혹은 가족에 관한 레퍼런스를 모으고 있어서 추천받았던 책입니다.
내용에 관한 스포가 있으나 하나 줄거리를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수상한 목격담이 한 집을 지나고 또 한 집을 지나며 부풀려지고 왜곡되어서 동네를 비밀스럽게 휘젓고 다니지는 않을까. 그 말들이 결국 내 귓속으로 쳐들 오지 않을까."
# 모녀의 이야기
'딸에 대하여'라는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화자인 엄마가 딸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엄마는 요양사로 일하면서 죽기 직전의 사람들과 마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딸은 똑똑하고 자신의 주장이 확실합니다. 여기서 딸은 엄마와 아주 큰 문제에 부딪치게 됩니다.
"내 잘못이 아니지.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 그렇게 말한다면 세상의 수많은 피해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사과를 받아야 할까.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예외가 아니다."
# 죽어가는 외로운 사람을 보는 시선
여기에는 두 여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하나는 요양사인 엄마가 바라보는 죽음을 앞둔 여성 '젠'과 성소수자인 딸의 모습이 중점적으로 표현됩니다. 요양원에 있는 환자는 치매에 걸려 옛날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하지만 자식이 없는 여성은 돌볼 사람이 요양사 말고는 없습니다. 무연고자 노인이의 기억 속에는 자신의 가장 빛나던 순간들이 남아있습니다. 주인공은 그것을 지켜주고 싶어 합니다.
"그게 뭐든. 언제나 받는 사람은 모르는 법이다. 그건 다만 짐작이나 상상으로는 알 수가 없는 거니까. 자신이 받는 게 무엇인지, 그걸 얻기 위해 누군가가 맞바꾼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그 돈이 어떤 빛깔을 띠고 무슨 냄새를 풍기며 얼마나 무거워지는지 결코 알 수 없다."
# 성소수자 딸과 딸의 여자 친구
저는 내용을 전혀 모르고 읽어서 사실 처음엔 조마조마했습니다. 엄마는 똑똑한 딸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평범하게 남자를 만나 결혼하길 바라죠. 그러나 딸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안다고 해도 자신을 바꿀 수 없죠.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엄마와 트러블이 생깁니다. 너무 당연한 일이죠.
"아직은 자신으로부터 아주 먼 일이라고, 그래서 남의 일이라고 여길 게 분명하다. 이 여자는 왜 이토록 어리석은 것일까. 왜 무엇이든 너무나 분명하게 눈앞에 형체를 드러내고 난 후에 보려고 하는 걸까. 내 딸이나 그 애처럼 말이다."
#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김혜진'
내용이 딱히 신선하거나 흥미를 끄는 소재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가가 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에 빠지지 않는 젊은 작가인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책입니다. 글을 정말 잘 쓰는 사람은 다르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작가입니다.
상당히 빨리 읽은 소설입니다. 저는 엄마와 딸의 내용보다는 죽음을 앞둔 '젠'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닿았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엄마가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마음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마치 '세상의 모든 딸에게 추천해~'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김혜진] 작가가 누구인지 찾아봤습니다. 진짜 글을 너무 잘 쓰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청소년 또는 20대 여성분들이 읽으면 너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너무 늙은 나이에 읽은 것 같아 아쉽다고 해야 할까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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