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손안의 우주를 만나는 험난한 여정
많은 분이 만년필에 입문하며 가장 먼저 꿈꾸는 로망이 있다면, 아마도 일반 펜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화려한 '테'와 반짝이는 '펄'이 가득한 잉크일 것입니다. 저 역시 그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고민 끝에 도미넌트 인더스트리의 '은하수 파랑'을 선택했습니다. 이 잉크는 짙은 파란색 베이스 위에 강렬한 적테가 뜨고, 그 사이로 은색 펄이 쏟아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25ml의 아담한 병 잉크를 받아들었을 때, 바닥에 가라앉은 촘촘한 펄 입자들을 보며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잦은 흔듦이 동반될 불편함에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효율적인 사용을 위한 필수 코스: 잉크 소분
평소 일반 잉크는 소분하지 않고 본병에서 바로 주입하는 편이지만, 펄 잉크만큼은 예외로 두기로 했습니다. 펄 잉크는 입자가 균일하게 섞이도록 자주 흔들어줘야 하고, 만년필 내에서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잉크를 다시 빼내야 하는 돌발 상황이 잦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판매처에서 제공한 스포이트와 소분병 덕분에 쾌적하게 준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만약 펄 잉크 입문을 고민 중이시라면, 만년필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라도 소분 사용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트위스비 GO 1.1mm닙과의 사투
저는 펄 잉크를 넉넉하게 쏟아내기 위해 피드 구조가 튼튼하기로 유명한 트위스비 GO 1.1mm 스텁 닙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실전은 생각보다 훨씬 가혹했습니다. 펄 입자가 피드를 막아버려 잉크가 아예 나오지 않거나, 반대로 한꺼번에 울컥 쏟아지며 파란 잉크가 줄줄 새는 난감한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해외 커뮤니티의 사례를 찾아보니, 1.1mm도 훌륭하지만 이 잉크의 펄 밀도를 감당하려면 더 굵은 닙이 안전하다는 의견이 많더군요. 실제로 막힌 촉을 뚫기 위해 생수병을 옆에 끼고 수없이 씻어내는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종이와의 궁합과 보관의 중요성
시연을 위해 로디아(Rhodia) 종이를 사용했는데, 실제 눈으로 볼 때는 은은한 펄감이 느껴졌으나 사진으로는 그 영롱함이 다 담기지 않아 아쉬움이 컸습니다. 특히 기대했던 '적테'의 경우, 만년필 닙으로는 그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커뮤니티 고수들의 조언에 따르면, 은하수 파랑의 적테를 제대로 보려면 토모에리버처럼 잉크를 천천히 흡수하는 전용지가 필수라고 합니다. 또한, 사용 중에는 펄이 피드 쪽으로 쏠려 막히지 않도록 펜을 세워서 보관하거나 수시로 흔들어주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습니다.


펄 잉크를 즐기는 가장 현명한 방법
결국 수많은 테스트와 노트 한 권을 통째로 날려버린 끝에 내린 결론은, 이 아름다운 잉크를 스트레스 없이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딥펜(Deep Pen)이나 붓을 사용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점입니다. 붓으로 듬뿍 칠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환상적인 적테와 은하수 같은 펄감은 만년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을 줍니다. 만년필에 넣는 순간, 낭만보다는 '관리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니까요.
최종 후기
도미넌트 인더스트리 '은하수 파랑'은 색상 자체만 놓고 본다면 단연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만년필 관리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분들이라면 펄 잉크를 만년필에 넣는 시도는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생을 감수할 만큼 예쁜 것은 사실이라, 저는 당분간 이 화려한 지옥(?)에서 은하수를 감상하며 즐거운 사투를 이어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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